3D SCAN ART 프로젝트

All BIM Technologies (올빔 테크놀로지스)

숨;길
종로구 혜화동, 서울

Sum; Street - 3D Scanning Art
Jongno-gu Hyehwa-dong and Seoul


미디어아티스트 | 김호중, 이미미
테크니션 | 김효진
제작 | All BIM Technologies






건축가 김호중은 본 건물의 3D스캔 데이터를 하나의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하여 전시 건물 외벽에 프로젝션 맵핑을 시도한다.

말을 짓고, 글을 짓고, 밥을 짓고, 집을 짓고, 업을 짓는 인간은 ‘할 수 없이’ 지을 수 밖에 없다. 짓지 않을 재간이 없다. 언어 세계를 사는 우리가 지을 수 있는 것은 허구뿐, 짓되 지은 것이 실체 아님을 안다. (허구의 흔적을 드러내어) 그로서 실체 아님을 짓고자 한다. 건축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단단한 실체로만 보이는 건물의 해체를 시도한다. 실체로만 보이는 세계/사물의 해체, 사라짐의 체험 조각에 심을 두고 있는 건축가의 건축을 바라보는 태도를 담았다.
이미미는 멎음을 수많은 멎음들의 축적이 만들어 내는 모호한 경계들이 만드는 공간으로 이해하려 한다.

어제의 나는 죽고, 오늘의 나는 또 다시 살고 있다. 이미미에게 일상적인 사물들은 스쳐 지나가고 다시 머물고, 반복적인 멎음들은 불안감과 기대 사이를 오가며 만드는 따뜻한 리듬이고 아늑한 공간이다. 연속적인 나타남과 나타나지 않음들의 축적으로 인해 형성되는 추상적인 공간을 불투명한 재료 일시적이고 일상적인 사물들을 겹쳐 이해하려 한다. 어쩌면 세상에 내던져진 인간들에게 멎음은 멎음들의 연속이고 축적이며, 우리를 세상에 매달려있게 하는 무엇이지 않을까 작가는 질문한다.




멎은 공간에서 멎기 위하여


임지영 우버객원칼럼니스트
-아트위드 대표

매일경제 20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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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불길이다. 뜨겁고 아름답지만 다루긴 어렵지. 열기가 춤을 추지만 종종 고단하고. 하지만 요즘의 젊음은 얼마나 차디찬가. 희망이 숨어버린 시대,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더는 각성시킬 수 없다. 젊음은 활활 타올라야 하고, 불꽃이 탁탁 튀어야 한다. 어쩌다 불길이 번져 나와 너를 홀랑 태워먹는대도 젊음은 본디 재만 남기는 것! 나는 젊음을 사랑한다. 아름답고 뜨거운 불길에 곁불을 쬐는 것만으로 생의 화기가 도는 걸.

눈이 잔뜩 온 다음날, 뒤뚱거리며 기어이 간 곳은 혜화동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엠. 입주 작가들의 전시 '멎은 공간'展이 열리고 있다. 이 건물은 독특하다. 모퉁이에 있으나 중심같고 완성됐으나 거친 느낌. 날 것의 매력이 고스란하다. 이 건물도 젊음과 닮아있구나. 시간을 잘 맞춰간 덕에 강해로&양설희 듀오 퍼포먼스를 볼 수 있었다. 현대 예술의 중요한 장르가 된 퍼포먼스. 하지만 요즘 들어 경험할 수가 없었다. 사회적 거리는 문화 예술부터 아득한 거리로 떨어뜨려 놨으니까.

컬쳐쇼크! 그 퍼포먼스가 신박하고 놀라워서가 아니다. 그들이 퍼포먼스에 임하는 모든 모습이 너무 진지하고 아름다워서. 몹시 몰입하며 즐기고 있어서. 나는 잠시 그들의 별에 놀러온 낯선 이방인. 신기하고 재밌어서 그들의 동작 하나 손끝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협소한 공간이라 열기가 바로 스몄다. 지하의 작품들 앞에서 춤이 끝났다. 그들의 뜨거운 인생춤은 계속될테지. 인사하는 얼굴이 불꽃처럼 빛나고 있었다. 스페이스엠의 지하 공간에 세 작가의 작품이 빼곡히 전시되고 있다. 아리, 김대비, 이미미 작가의 세계가 완전히 다른데 온전히 합을 이룬다. 아리 작가의 독특한 소재와 도발에 웃음과 탄성이. 김대비 작가의 특별한 시선에 잠시 저 너머를 꿈꾸는 눈빛이. 이미미 작가의 평범이 주는 탁월한 메시지에 깊은 이해와 수긍이. 작품들이 한껏 달아올라 정기를 내뿜고 있다. 발화 직전의 꽃불처럼 뜨거운 기운이 응축되어 있다.

전시 기획자이자 스페이스엠 대표인 김호중 건축가에게 물었다. 도시 한복판에 예술 레지던시를 하다니, 무슨 생각으로 한거죠? 답은 명쾌했다. 재밌잖아요! 선한 진심과 생의 태도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자신도 이번에 전시에 함께 참여 했다. 건물 전체를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와 3D 아키텍쳐아트. 미디어 파사드는 혜화동 골목길을 신비로운 예술의 장으로 이끈다. 추운날 밖에 서서 한참을 보는 사람들. 멎은 공간은 멎은 사람들을 만들어내지. 예술가들이 정성껏 빚어 내어준 멎은 공간에서 우리는 잠시 가만히 멎는다. 지리한 생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멎은 시공간, 따뜻하고 강렬한 자극, 한겨울이지만 분명히 느껴져. 그들이 뿜어내는 만화방창 소생의 기운. 생명의 정수같은 것.

매혹되지 않을 수 없다. 멎지 않을 수가 없어. 뜨겁고 아름다운 이 앞에선. 젊은 불길이 춤을 추는 이 매력적인 전시가 곧 끝난다. 코로나로 가라앉은 마음에 곁불의 생동을 지펴왔다. 자, 나는 무엇을 태울 수 있을까. 꺼뜨릴새라 조심조심하며 고맙다, 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