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 나바위성당
디지털 아카이빙 및 구조 변위 진단
한·양 절충 양식, 도면 없는 사적의 기록
익산 나바위성당은 1906년 착공하여 1907년 12월 완공된 후, 1916~1917년 증축을 거치며 흙벽이 벽돌조로, 정면 툇간이 고딕식 종탑으로 바뀌었습니다. 한옥 목조 본체에 서양 고딕 입면이 결합된 이 독특한 양식이 평가받아 1987년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현재는 천주교 전주교구의 성지이자 익산시의 보호 문화재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적 건축물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나바위성당 또한 현재 상태를 정확히 기록한 도면이 부재합니다. 110여 년에 걸친 증축과 보수, 자연 변형이 누적된 현재 모습을 학술 연구와 유지 보수의 기준으로 삼으려면, 현황을 정밀하게 측정해 새로 도면화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본 프로젝트는 이 디지털 아카이빙과 함께 구조 안전 진단을 위한 변위 분석까지를 수행한 통합 용역입니다.

비정형 고건축의 유일한 기록 수단
2008년 숭례문 화재와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만약 사전에 정밀한 디지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두 건축물을 원래 모습대로 재건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다행히 두 건물은 모두 사전에 3D 스캐닝이 되어 있었고, 이 데이터는 재건 과정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반듯한 직선과 정형 부재로 시공되는 현대 건축물과 달리, 전통 건축물의 부재는 손수 깎은 나무 기둥과 서까래, 한 장씩 손으로 구운 기와로 이루어집니다. 건물 전체가 자연스러운 유기적 형태를 띱니다. 이러한 비정형 건축물을 실측만으로 정확히 도면화하는 기술은 오랫동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3D 스캐닝 이전, 문화재 기록은 줄자와 측정 도구를 든 연구자가 부분을 한 점씩 측정하고 손으로 도면화하는 방식에 의존했습니다. 시간이 막대하게 들었고 많은 부분의 생략이 불가피했습니다. 레이저 스캐닝은 이 방식을 근본부터 바꿔 놓았습니다. 단 한 번의 정합된 스캔으로 건물 전체의 비정형 형상을 왜곡 없이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정형 고건축, 특히 기와를 얹은 전통 지붕의 유기적 형태를 3차원으로 정확히 보존하는 수단으로서 3D 스캔은 현재 사실상 유일한 대안입니다.
천장을 열고, 지붕 속 서까래까지
3D 아카이빙의 전 공정 중 가장 결정적인 단계는 첫 번째 스캐닝입니다. 본본의 형상 취득이 그 이후의 모든 모델링·도면화·분석의 근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벽 속이나 천장 속을 모두 뜯어낼 수는 없으므로, 무엇을 어디까지 어떤 정밀도로 취득할 것인가에 대한 사전 계획을 사업의 가장 앞 단계에 꼼꼼히 수립해야 합니다.
나바위성당의 경우 천장 안쪽 지붕 구조의 서까래까지 조사 범위에 포함되었습니다. 따라서 천장의 몇 지점을 부분적으로 개방하고, 스캐너를 그 안으로 밀어 올려 측정을 진행했습니다. 천장 안쪽은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공간이지만, 레이저 스캐너는 광원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어둠 속 형상 취득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본당 외부와 내부, 그리고 지붕 속까지 통합된 단일 좌표계의 점군이 확보되었습니다.

점군 위에 모델링을 얹다
취득된 점군은 정합 후 온전한 형상의 가상 공간으로 통합됩니다. 이 가상 공간 안에서는 어디든 원하는 위치를 지정해 카메라 뷰를 생성하거나 뷰박스를 잘라 3차원으로 자유롭게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올빔은 점군을 기반으로 지오메트리 방식의 추가 모델링을 수행했습니다. 반듯한 형상의 모델링 부재와 유기적 점으로 기록된 스캔 데이터가 동일 좌표계 위에서 결합된 형태이며, 이 위에서 임의 단면을 자유롭게 추출할 수 있습니다. 평면 어느 위치에 선을 그어도 즉시 단면도가 생성되고, 한 장이든 백 장이든 필요한 만큼의 도면을 일관된 정밀도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예전 도면이 놓친 것들
발주처에서 제공한 기존의 오래된 도면을 스캔 기반의 신규 도면 위에 겹쳐 보면, 두 도면 사이에 적지 않은 차이가 드러납니다. 이는 과거 도면 작성자의 숙련도 문제가 아닙니다. 손 실측에 의존했던 시절에는 비정형 부재의 곡률, 기둥의 미세한 기울기, 부재 간 간격의 불규칙성을 일관된 정밀도로 도면에 반영할 수단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스캔 기반 도면은 기존 도면과 차원이 다른 정밀도를 확보합니다. 본 프로젝트의 도면 비교 결과는 사적의 향후 보수 설계와 학술 연구에서 어느 시점의 어떤 자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근거가 됩니다.

기준선 대비 mm 단위 변위 진단
점군에서 보면 다수의 부재가 상당히 휘거나 기울어져 있습니다. 변형되지 않은 이상 위치를 직선의 기준선으로 별도 작도하고, 이 기준선 대비 실제 부재가 얼마만큼 벗어나 있는지를 mm 단위로 정량 측정하여 부재별로 보고서를 정리했습니다. 측정 대상은 외벽 (정면·좌측 입면), 외부 회랑과 내부의 기둥, 지붕을 받치는 대공 10열, 대보, 중도리·중상도리 전체였습니다.
이 정량 데이터는 도면 한 장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재별 변형 패턴을 좌표로 분리해 보여 줍니다. 평면도상에서 외부 축이 좌표상 얼마나 틀어져 있는지, 어느 열의 어떤 부재가 구조상 안전한 범위 안에 있고 어떤 부재가 우선 보수 대상인지를 발주처와 구조설계 협력사가 동일한 데이터셋 위에서 검토할 수 있게 됩니다.
화재가 일어나도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취득된 점군은 언제든 휘어진 부재의 실제 형상 그대로 정밀 모델링을 다시 수행할 수 있는 원본 자료가 됩니다. 3D 프린팅 등을 통해 부재를 실물로 재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숭례문이 불탔을 때도, 노트르담이 불탔을 때도, 정확히 이 방식을 통해 재건이 가능했습니다.
디지털 아카이브의 가치는 데이터를 만든 시점이 아니라, 미래의 어느 날 건물이 손상되거나 사라졌을 때 비로소 증명됩니다. 사적 건축물의 정밀 스캔은 그 미래 시점을 위한 보험이며, 동시에 현재의 보수와 연구를 위한 가장 정확한 기준 자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