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미술관
건축 다큐멘터리를 위한 3D 스캔
한 영화감독이 건물을 점군으로 의뢰했다
마곡산업단지 한복판의 스페이스K는 건축가 조민석이 설계한 미술관입니다. 도시 블록의 직선 그리드를 거부하고 물결처럼 흐르는 곡면 매스로 처리되어, 좋은 전시 프로그램과 함께 건축 자체로 알려진 공간입니다.
이 건물은 한 영화감독의 의뢰로 정밀 스캔되었습니다. 시공이나 보수가 아니라, 영상 작업에 사용할 3차원 소스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건물을 카메라로 담는 일과 점군으로 기록하는 일은 다른 종류의 작업이고, 이 둘이 결합될 때 영상 언어 자체가 한 번 확장됩니다.
건물을 스캔한다는 것
건물의 3D 스캔은 크게 세 가지 목적으로 의뢰됩니다. 의뢰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같은 점군 데이터라도 다루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본 프로젝트는 세 번째에 속합니다. 의뢰 목적이 영상 작업이기 때문에,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점군을 다루었습니다. 엔지니어링 납품에서는 노이즈로 간주되어 지워졌을 디테일이,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그대로 살아남았습니다. 이 차이가 점군 데이터를 매체로 다룬다는 것의 작은 단서입니다.
점군은 사진이 아니라 거대한 3차원 지도다
점군 데이터를 처음 보시는 분들은 픽셀처럼 보이는 표면 때문에 사진이나 영상보다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인상은 점군을 영상으로 2차 가공한 결과물의 한계일 뿐, 원본 점군 데이터가 가진 정보의 양 자체는 사진이나 영상이 따라올 수 없는 차원에 있습니다.
사진은 한 시점에서 본 한 장면입니다. 영상은 시간을 따라 이어진 시점들의 연속입니다. 그러나 점군은 시점 자체가 사후에 결정되는 매체입니다. 데이터가 먼저 있고, 카메라 위치는 그 데이터 위에서 나중에 정해집니다. 사진과 영상의 시간적 순서가 점군에서는 뒤집힙니다.
원본 점군 파일은 사용자가 마우스로 클릭해 파일 안의 모든 점 데이터를 자유롭게 조회할 수 있는 거대한 3차원 지도에 가깝습니다. 건물의 어느 지점이든 좌표를 입력하면 그 위치의 형상이 즉시 호출됩니다. 다음의 네 가지 시연이 이 작동 방식을 보여줍니다.
먼저, 점군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가입니다. 영화의 카메라가 레일과 크레인의 물리적 한계 안에서 움직인다면, 점군 위의 카메라는 그런 한계가 없습니다. 마우스의 드래그가 카메라의 이동이고, 휠의 스크롤이 줌이며, 시점의 회전은 손목의 작은 움직임으로 끝납니다.
그 다음은, 점군의 모든 점이 단지 시각적 표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점군의 점 하나하나는 화면 위의 픽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X·Y·Z 세 좌표를 가진 측량 데이터입니다. 어느 점이든 클릭하면 그 점이 차지하는 정확한 3차원 위치가 호출됩니다. 건물의 모서리 어느 지점, 곡면의 어느 굴곡 위에서든.
좌표 정보가 모두 살아 있다는 사실은 곧 물리적으로 카메라를 둘 수 없는 위치에서도 시점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옥상 위의 부감, 건물 외피의 곡률을 따라 미끄러지는 시점, 사람의 눈높이를 벗어난 모든 각도. 측량 가능한 모든 수치가 점군에 담겨 있기 때문에, 영상의 카메라는 점군 데이터 위에서 자유롭게 새로 세워집니다.
스캔의 모든 스테이션에는 360도 카메라가 함께 동작합니다. 따라서 점군 데이터에는 좌표뿐 아니라 그 좌표에서 본 사방의 풍경이 함께 기록됩니다. 한 번의 스캔이 단지 형상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던 사람의 시야 전체를 그대로 보존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엔지니어링과 예술이 같은 데이터를 두고 갈라지는 지점은, 이 데이터에서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의 판단입니다. 도면 작업에서는 우연히 들어온 사람과 사다리가 노이즈입니다. 그러나 같은 흔적이 영상 작업에서는 매개체가 됩니다. 다음의 이미지는 그 차이가 어디서 갈라지는지를 보여주는 한 컷입니다.
건축을 영상으로 사유하는 사람
본 프로젝트의 의뢰자는 문승욱 감독입니다. 「나비」, 「로망스」 등의 극영화로 시작해 「말하는 건축가」 (정기용 편), 「말하는 건축, 시티:홀」 등 한국 건축 다큐멘터리 작업의 흐름을 만들어 온 감독이며, 올빔과는 본 프로젝트 외에도 여러 차례 협업해 왔습니다.
건축 다큐멘터리는 단지 건물을 카메라로 담는 일이 아니라, 건축물에 대한 사유 자체를 영상의 형식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그 사유의 도구로 점군이 호명되는 일이 늘고 있고, 본 프로젝트는 그 흐름의 한 사례입니다. 건물의 외관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서, 건물이 가진 모든 좌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질문이 됩니다.
